얘들아, 혹시 산신령이 진짜 있다고 믿니?
흰 수염 휘날리는 할아버지가 호수에서 금도끼, 은도끼 들고 나타나는 그런 산신령 말이야.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그 할배!
하지만 우리 동네엔 훨씬 생생한 ‘산신령’이 있었단다.
이름하여, 쑥디영감!
그 양반은 진짜 산에 살았고, 진짜 무서웠지.
아니, 무섭다기보단… 날다람쥐처럼 산을 휙휙 타고 다니는 산의 지배자랄까?
우리가 몰래 산에 들어가 솔잎이나 마른 나뭇가지(그걸 ‘삭정이’라고 불렀어)를 주워오면, 등 뒤에서 벼락같은 소리가 터졌지.
“이놈들! 꼼짝 마!”
-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산신령 쑥디영감 이야기’는 가을 산처럼 바삭한 웃음과 따뜻한 기억이 깃든, 진짜 유년의 이야기다.
박하 시인이 들려주는 이번 가을 편은 삭정이 하나 꺾으려다 ‘산신령’ 쑥디영감에게 들키는 바람에 혼쭐난 아이들의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 속엔 자연과 함께한 시절의 감성, 어른과 아이 사이의 따뜻한 관계, 그리고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성장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상상력과 감성, 세대 간 이해를 제공하고, 학부모에겐 대화의 실마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겐 아련한 추억과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 보따리다.
세대가 함께 읽고 웃고 추억할 수 있는 가을 한철, 가장 따뜻한 동화다.
이 책의 미덕은 첫째, 60~70년대 보릿고개 세대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고향 친구들과는 동창회를 지속한 지 벌써 50여년, 그때마다 숱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론 눈물겹고, 때론 배꼽을 잡는 이야기들! 친구들과 오고 간 이야기를 오색 보자기처럼 맞춘 결과물이다.
둘째, 다음 세대에게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다. ‘역사는 기록으로써 전진한다!’ 좁은 의미로는 손녀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 이야기이고, 넓은 의미로는 60~70년대 보릿고개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셋째, 부모님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이다. 박하 시인은 55년생으로 베이비붐 세대이다. 6.25 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는 보릿고개를 넘어왔다. 그 시절에 가장 고생이 많았던 사람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아니라 그 부모 세대이다. 이 책은 그 시대를 감내한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